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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허어 ! 십 년은 하동(河東)이요, 십 년은 하서(河西)란 말이 있듯이, 정기봉이도 일개 추악한 노인의
손에 망신을 당한 날이 있었군! 화가 나서 울적한 심사를 풀어 보려고 밖으로만 놀러다니시는 모
양이군! “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.”아, 두고 보라니까, 성수신검 정기봉은 원래 위인이 엉
큼스러워서 시치미를 뚝 떼고 아무 일도 없는 척하지만, 그러면 그럴수록 나중에 일어날 폭풍은
더욱 무시무시할걸! 자네는 그 사람이 정말 밖으로 놀러다니는 줄만 아나? 천만에, 우리 어디 좀
더 두고 보세 !”그러나 후자의 추측이 옳다고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았다.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
무예계를 위해서 여간만 근심 걱정을 하지 않았다.정기봉이란 위인은 절대로 그런 모욕을 당하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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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 가만히 있을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‥‥‥또, 만일에 그 추악한 노인이 과연 신영궁에서 왔다
는 게 확실하다면, 그야말로 양대 진영이 결사적인 대결을 하고야 말 것이니, 무예계는 수습할 수
없는 일대 살륙을 연출하게 되리라는 점에서‥‥‥사건은 확실히 괴상한 사건이었다.봉명장만이
고의로 평온 무사함을 가장하고 있을 뿐더러, 봉명장에 나타나서 사건을 일으키고 어디론지 사라
져 버린 그 추악한 노인도, 그날 이후에는 두 번 다시 봉명장에 나타나지 않았다.이런 점이 더욱 까
닭을 알 수 없게 했다.또 전혀 다른 각도에서 쑥덕공론이 일어나기도 했다.”뭐? 날더러 어떻게 생각
하느냐고? 내 생각엔 그 추악하게 생겼다는 노인이 성수신검한테 붙잡혀서, 정기봉이 이 노인을
데리고 신영궁으로 가서 옥신각신 따지고 있는 성싶은데 !”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도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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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바보 같은 소리! 그따위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? 나타난 인물이 아무리 변변하지 못하기로 저 유
명한 신영궁의 절학(絶學)을 그렇게 발휘하지 못하고 호락호락 붙잡힐 것 같은가?”이렇게 말하
는 사람은, 붙잡혔으리란 사실은 믿을 수 없고 그것을 부정하는 견해였지만, 그렇다고 해서 어
째서 그 추악한 노인이 두 번 다시 봉명장에 나타나서 시끄럽게 굴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서는
아무런 해석도 내리지 못했다.사실상 봉명장 안에는 추악한 노인의 사건만이 발생한 것은 아니
었다. 남들은 모르지만, 극비리에 또 한 가지 더욱 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.이 사건에 관해선 더
한층 장(莊) 안 사람들의 입을 봉쇄해 버렸기 때문에, 성수신검 정기봉 본인을 제외하고는 장 안
의 어떤 사람도 알 수가 없었다.이런 까닭으로 봉명장 안은 정말 평온하고 조용한 것은 아니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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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사건이 발생한 그 이튿날부터 장 안의 소위 고수급 거물들은 모조리 비밀리에 밖으로 나돌았
다. 그들이 일거 일동을 극비에 붙이기 때문에, 그들이 밖으로 나돌며 무슨 짓을 하는지 통 아는
사람이 없었다.한편, 자운(紫雲) 아가씨는 그 이튿날부터 안색이 몹시 우울해 보였다. 양미간에
근심 걱정이 잔뜩 서린 얼굴로 아침부터 날이 어둡도록, 달이 떠서 달이 지도록, 때 없이 봉명
장 누각 위에